하승수 변호사

민주주의란 그야말로 민(民)이 주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민(民)을 국민이라고 하든 시민이라고 하든 주민이라고 하든, 주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스스로 결정해야 민주주의이기 때문에, 선거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선거는 대표자를 뽑아서 위임하는 절차인데, 대표자가 주인 말을 잘 듣는다는 보장이 없다. 필요할 때는 주인들이 직접 나서서 의회에서 논의할 안건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말 안 듣는 대표자를 해임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한편 국민이나 주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직접 국민투표나 주민투표로 의견을 모아봐야 한다. 권력을 쥔 사람이 독단적으로 어느 한쪽으로 결정하는 것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더 나은 결정일 수도 있고, 갈등도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선거 이외에도 여러 가지 제도들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자치 영역에서는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 같은 제도들이 실효적으로 도입되어야 한다. 직접민주주의 제도 또는 주민 직접참정 제도라고 하는 것들이다. 예산편성과정에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 잘 운영되면,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지역에서 하고 있는 읍ㆍ면ㆍ동 주민총회도 그런 것이다. 총회에서 지역의 생활문제에 대해 주민들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야말로 직접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제도들이 제대로 작동해야 지역에서부터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대표자'라면 이런 직접민주주의 확대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많은 정치인들은 이런 직접민주주의 확대에 소극적이다. 국회의원이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든 주민참여를 보장하는데 소극적인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혼란'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지만, 실제 속마음은 민주주의를 반기지 않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면 대표자가 독단과 전횡, 부패를 저지르기 어려운데, 그것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민주주의에 소극적인 대표자를 잘 솎아내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선거제도로는 그것이 쉽지 않다. 거대양당의 공천만 잘 받으면 당선이 되는 구조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검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주권자 입장에서는 지방선거에 나온 후보자에게 당연히 '주민 직접 참여 확대'에 대한 생각을 물어봐야 한다. 당선되면 자기 마음대로 할 것인지,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주민 뜻을 잘 따를 것인지를 물어봐야 하는 것이다.  
'법률 개정 사항이 아니냐'고 빠져나가려고 하면, 더 따져 물어야 한다. 주민소환 같은 제도는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할 수 있는 것도 상당히 있다. 예를 들면 주민참여예산제 같은 제도는 조례를 통해서 얼마든지 실효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읍ㆍ면ㆍ동 단위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할당한다든지, 공모사업 차원을 넘어서서 지방자치단체 전체 예산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든지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하는 지역에서는 주민총회를 의무화하고, 주민들도 주민총회에 안건을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서 지역에서 주민들이 느끼는 교통 불편 문제, 의료ㆍ돌봄 문제, 작은 학교 살리기 문제, 환경오염이나 쓰레기 문제 같은 것을 주민총회의 의제로 다룰 수 있는 것이다. 
농촌지역의 경우에는 읍ㆍ면별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지역특성에 맞는 공간계획을 세우는 것도 주민총회의 안건으로 다룰 수 있다. 주민들이 참여하는 기획단을 만들어서 준비하고, 최종 확정은 주민총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도시지역에서도 동(洞) 지역의 생활문제들을 안건으로 만들어서 주민총회에서 다룰 수 있다. 

이렇게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려면 정보제공도 필요하고 시민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진짜 주민참여에 진심이라면, 민주시민교육을 지역 차원에서 활성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마다 형식적으로 하는 '명사특강'이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의 주인으로 사는 법' 같은 것을 교육도 하고 토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의 직접 참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대표자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 '주민참여의 안내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 역할을 자임하는 대표자야말로 민주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많이 나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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