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열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전공 교수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면서 국내 언론은 국제 유가 상승과 주식시장 변동을 중심으로 관련 소식을 연일 전하고 있다. 전쟁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은 분명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최근 보도를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을 둘러싼 언론의 관심이 지나치게 시장 지표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무엇보다 전쟁이 가져온 인도주의적 피해에 비해 경제 지표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상당수 보도는 이를 전쟁의 비극이나 국제정치적 책임의 문제로 깊이 있게 다루기보다 유가와 증시 변동의 배경으로만 언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전쟁은 무엇보다 인간의 생명과 국제질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금융시장의 변수로만 해석될 때 우리는 중요한 현실을 놓칠 수 있다.
물론 전쟁은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서 국제 유가의 급등은 물가와 산업 전반에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와 취약계층 유류비 지원,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 또 어떤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은 언론 보도에서 충분히 찾아보기 어렵다.
예컨대 유류세 인하 정책과 관련해 정부는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유가 급등으로 화물차 운송이나 생계형 운전 자체가 막대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면, 유류세 인하 정책이 현장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고소득층 혜택'이라는 논점으로 문제를 축소하기보다 정책의 실제 효과와 구조적 한계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한국이 상당한 규모의 전략적 석유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약 2억 배럴에 달하는 비축유는 수입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약 200일을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비축 자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또는 실제로 방출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언론이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보도에서는 이러한 정책적 선택지에 대한 논의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재정 측면에서도 중요한 논점이 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유류세 구조상 부가가치세 수입 역시 함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확보하게 되는 추가 세수가 시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 혹은 서민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다른 정책 수단은 없는지에 대한 논의가 공론장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보도는 이러한 재정 구조나 정책 효과를 설명하기보다 유가 상승과 주가 하락이라는 현상적 결과만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국제 비교 역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은 유가 급등 상황에서 어떤 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있는지,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정부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와 분석은 정책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맥락적 보도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전쟁과 같은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단순히 시장의 변동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부 정책을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며, 필요한 경우 정책 입안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야말로 공론장을 형성하는 언론의 핵심 기능일 것이다.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하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전쟁을 단지 주식시장 그래프의 움직임으로만 바라보는 보도가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삶과 정책의 선택을 함께 조명하는 저널리즘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 상황을 속보로 전달하는 언론이 아니라, 공동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묻고 설명하는 책임 있는 언론일 것이다. 무엇보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보도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