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변호사
6월 지방선거가 다가왔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2022년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투표율이 50.9%에 그쳤다. 투표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유권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는 주로 정권에 대한 기대나 심판 심리가 많이 작용한다. 지방선거의 경우에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문제를 놓고 치르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물론 지역과 국가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앙정치 상황에 따라서 지방선거가 지나치게 휘둘리는 것은 지방선거의 의미를 떨어뜨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지방선거는 전형적으로 중앙정치에 휘둘리는 선거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전국 동시지방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지방선거를 굳이 전국적으로 같은 날에 할 이유는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지방선거 날짜가 지역별로 다른 경우도 많다. 또한 시.도지사부터 기초지방의원까지를 하루에 뽑을 이유도 없다. 4.19. 혁명 직후에 치러진 1960년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지자체장, 기초지자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를 따로따로 1주일 간격으로 치른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에 몰아서 지방선거를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중앙정치의 영향을 받기가 더 쉽다. 정권에 대한 지지 또는 심판의 의미로 지방선거까지 투표하는 경향이 큰 것이다.
둘째, 투표용지에서 거대정당이 앞 순번의 기호를 일률적으로 부여받는 것의 영향도 크다. 그래서 거대정당 후보는 1번 후보, 2번 후보라는 것을 알리는 데 주력한다. 유권자들이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는 지방의원 선거로 갈수록 그런 경향이 강해진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에는 투표용지에 배치되는 순서를 무작위로 배정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도 교육감 선거의 경우에는 '교호순번제'를 채택하고 있다. 투표용지마다 교육감 후보의 이름이 적힌 위치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감 선거를 제외하면, 투표용지에서 거대정당 후보가 1번, 2번을 고정으로 차지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중앙정치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지역정당이 인정되지 않고 있는 것의 영향도 있다. 지역정당은 특정 지역에만 기반을 두고 있는 정치결사체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지방선거에서는 다양한 지역정당이 후보를 내고 선거에 참여한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도쿄, 오사카 등 여러 지역에 다양한 지역정당들이 활동하고 있다. 지역정당들은 그 지역의 정책을 내걸고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전국정당들을 긴장시키는 효과가 있다. 최소한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정책이 중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지역정당이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지방선거에서조차 지역정책이 제대로 토론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지방선거를 치를수록, 지역은 침체되고 주민들의 삶의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 거대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을 보장하게 되면, 지방의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은 공천경쟁에만 매달리기 쉽다.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것보다 공천권자의 낙점을 얻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의정활동의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주민들의 삶의 문제가 지방의회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게 만든다.
그러나 제도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주권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주권자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는 '투표'이다. 선거 때가 아니면 말을 잘 듣지 않는 정치인들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치가 '투표'인 것이다.
또한 단순히 투표일에 가서 '투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리 후보자들에게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속한 단체나 모임이 있다면, 그 명의로 정책을 요구하는 것도 좋다. 물론 사적인 이익만 내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지역공동체를 위한 정책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역의 주권자들이 정책요구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지역을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그리고 정책에 대한 후보자와 정당들의 반응을 보고 투표를 해야 한다. 만약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투표할 곳을 바꿀 수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후보자와 정당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내가 가진 투표의 힘을 의미없게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주권자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