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역사문화
이상훈 한국한방고등학교장
생일도 돌탑
지난달 섬 산악회 모임에서 전라남도 완도군 생일도를 다녀왔다. 생일도는 말 그대로 생일도(生日島)다. 그래서 항구에 커다란 케이크를 생일도 상징처럼 조성해 놓았다. 일행은 생일 남도 명품 길(2구간) 3, 52km 걷게 되었다. 생일면 금곡리에서 용출리 구간을 걷는데 산비탈 면 많은 돌이 산재해 있다. 이를 활용해 돌탑과 돌담을 볼거리를 조성해 놓았다. 돌탑은 원통형, 사각형, 케이크 형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돌탑을 조성한 곳에서는 잠시 쉬면서 바다 경관을 볼 수 있도록 '멍 때리기 좋은 곳'이란 안내판을 세워 여유롭게 길을 걷도록 했다. 돌탑은 언젠가부터 마을 공동체에서 관광용으로도 그 역할이 넓어졌다.
호텔신라에 돌탑을 쌓게 된 연유
이미 세상에 알려진 20여 년 전의 일이다. 풍수학자 최창조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호텔신라'에 돌탑을 쌓는데 필자가 협조해 주라는 것이었다. '호텔신라'에는 풍수 전문가의 식견으로 돌탑을 쌓아 풍수적으로 비보(裨補)하길 원했다. 몇 차례의 통화와 호텔 신라 측 관계자가 진안을 답사한 이후 3박 4일 일정으로 진안 어르신과 함께 호텔신라 한옥 정문 오른편에 한기의 돌탑을 쌓았다. 표면상은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돌탑을 쌓은 것이지만 실제 의미는 '호텔신라'를 비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호텔신라 돌탑 쌓은 일은 한동안 묻혀 있다가 어느 풍수학자가 언론에 기고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는 '호텔신라' 돌탑을 볼 수 없다. 정문 정비 사업으로 철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돌탑 일반론
요즘 대한민국 곳곳에 돌탑이 세워진다. 특히 관광지에는 어김없이 세워져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다.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돌탑은 마을 공동체에 의하여 세워진 것으로 한정한다.
흔히 돌탑이란 마을 사람들이 마을 입구에 원통형으로 돌을 쌓아 조성한 것으로, 마을의 신체로서 모셔지고 있으면서 마을을 수호하는 기능을 갖는 민속 신앙물 중 한 형태이다. 마을에 따라서는 주 당산(堂山)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혹은 하위보조신(下位神助補)으로 모셔지기도 한다. 특히, 풍수지리적으로는 마을의 수구 막이, 비보(裨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돌탑의 명칭은 탑, 조탑, 조산, 돌산, 토담, 수구 막이, 거리제, 거리제 잡숫는 탑, 거리제 탑, 거리 탑, 독닥거리, 정탑 등으로 불린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성(性)[할아버지 탑, 할머니 탑, 남자 탑, 여자 탑, 내외 탑], 위치[바깥 탑, 안 탑], 규모[큰 탑, 작은 탑] 등에 따라 불리기도 하며, 축문에는 영탑지신(靈搭之神)으로 표현되고 있다.
돌탑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기단부, 탑 본체, 탑 윗돌, 내장물 등 네 요소로 구성된다. 돌탑의 형태는 돌을 수북하게 쌓은 누석형, 위아래를 둥글게 쌓은 원통형, 위로 갈수록 좁아지게 쌓은 원추형 등이 일반적이다. 돌탑 윗돌의 명칭은 머릿돌, 동자석, 남근석, 입석, 탑 선돌, 탑돌, 상부 입석, 돌 뚜껑, 미륵, 상투, 대왕 대신, 상수, 어른 등으로 불리며, 이는 기능과 형태에 따라 달리 불린다. 내장물로는 무주 지방에서는 숯과 소금이, 금산 지방에서는 오곡을 넣는 항아리, 쇠스랑, 금두꺼비, 부적, 숯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고, 진안 지역에서는 금, 밥그릇, 부처 등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내장물 역시 기능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돌탑에 대한 제사는 마을에 세워진 탑 자체만을 대상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혹은 숲, 선돌, 장승, 짐대 등과 함께 모셔지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돌탑이 세워지는 위치는 일반적으로 마을 입구 양쪽이나 마을 앞, 뒤에 세워진다. 돌탑의 수는 2기가 세워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1기, 3기 심지어는 7기까지 세워지는 예도 있다. 돌탑 윗돌은 없거나 단순히 선돌을 올리는데, 이때 탑 윗돌은 1기에서 5기까지 올린다. 선돌이 아닌 거북, 두꺼비, 부처상 등을 올리기도 한다.
돌탑이 축조되는 연원은 마을에 어떤 커다란 재앙이 일어난 후 이를 막기 위한 방책이 일반적이다. 서낭당과 같이 자연적으로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성된다. 또한, 지관이나 무당들의 권유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적 의식의 전제하에 세워진다.
장수지역 돌탑 특징
돌탑은 전북 동부지역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그래서 전북 동부지역을 민속문화 측면에서 돌탑문화권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 장수군도 여기에 포함된다. 장수지역에서는 20여 곳의 마을에 돌탑이 분포한다. 특히 장수지역의 돌탑은 대부분이 비보풍수적(裨補風水的)인 입장에서 조성되었다. 돌탑은 보통 단독형으로 세워지기도 하지만 마을 숲, 선돌, 짐대 등과 함께 조성된다. 그리고 돌탑은 아무 곳이나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장소(위치)에 세워져 그에 맞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즉 돌탑이 세워지는 곳은 마을의 주맥(主脈)과 이어지는 지점, 마을의 수구(水口)막이 지점, 우백호(右白虎), 좌청룡(左靑龍) 맥이라는 지점, 마을 앞이 허(虛)한 지점이다. 돌탑의 위치를 고려하면 돌탑의 조성은 풍수지리적 측면에서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돌탑은 공동체적인 입장에서 세워진다는 점에서는 이론이 여지가 없다. 즉 돌탑은 마을 사람 모여 회의에서 결정되며 마을 사람이 참여하여 조성된 후에 제를 모시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호에 장수지역 마을 돌탑에 관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